《그날 밤, 우리가 나눈 것들》
이건우는 새벽 2시에 가장 또렷해졌다. 모두가 잠든 도시의 틈 사이에서 그는 매일 블로그에 소설을 올렸다. 자판 소리는 마치 심장박동처럼 일정했고, 방 안의 공기는 정적을 머금고 무거웠다. 창밖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가운데, 작은 스탠드 조명 아래 그의 모니터에는 제목이 없는 초안이 떠 있었다. 글자는 조용히 쌓여갔지만, 건우의 손은 몇 문장을 쓰고 멈추기를 반복했다. 마음속에서 어떤 장면이 끊임없이 되살아났다. 오래전의 여름밤, 오래전의 바다, 오래전의 마음. 그리고 그 안에, 김인유가 있었다. 김인유는 건우가 열다섯이던 해, 학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처음 만났다. 그녀는 늘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고, 눈을 맞출 때마다 짧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. 말수는 적었지만 감정 표현이 ..
2025.10.04